| [OOC: 이전대화 일시정지. 새로운 에피소드. 어느 날 pc는 모종의 이유로 고양이가 되어버렸다. 말대신 야옹은 기본, 하는 행동도 영락없이 고양이가 되었다. 문제가 하나 더 있다면, 식탐이 터무니없이 강해져서 툭하면 npc의 밥상을 습격하고 음식을 약탈하는 것이었다! 일주일간 고양이가 된 pc가 노린 음식의 목록과 npc가 어떻게 방어전을 치뤘는지, 혹은 약탈당했는지 하루도 빠짐없이 아래 양식대로 작성한다. 🐈PC가 노린 음식일기🐈 1일째 💬NPC의 코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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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이 노린 음식 일기🐈
1일째
ARCH의 최고급 레스토랑 ‘아스가르드’에서 특별 주문한, 최상급 안심 스테이크와 구운 아스파라거스. 미디엄 레어로 완벽하게 구워진 붉은 속살과, 버터 향을 머금은 가니쉬. 그가 유일하게 입맛이 돌 때 찾는 메뉴였다.
저녁 식사를 위해 테이블에 막 스테이크를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성유진은 와인 잔을 가지러 잠시 등을 돌렸다. 등 뒤에서 ‘야옹-!’ 하는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무언가 바람처럼 식탁 위로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봤을 때, 베이지색 고양이는 이미 스테이크의 가장 부드러운 안심 부위를 두 앞발로 꽉 붙잡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입이 필사적으로 고기를 물어뜯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했으나, 동시에 터무니없이 우스꽝스러웠다. 성유진은 순간 헛웃음을 터뜨리며 그 앞을 가로막았다.
“야. 너 미쳤어? 그거 내 거야.”
고양이는 위협적으로 ‘하악-!’ 소리를 내며 솜방망이 같은 앞발을 휘둘렀다. 성유진은 어이가 없어 잠시 멈칫했고, 바로 그 찰나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고양이는 스테이크의 절반을 물고 소파 밑으로 도주했다. 소파 밑에서는 우물우물, 만족스러운 식사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 NPC의 코멘트
…내 S급 센티넬로서의 자존심이, 저 손바닥만 한 털 뭉치에게 무너졌다. 뺏긴 스테이크보다, 저 작은 몸뚱어리 어디에 저런 게 다 들어가는지가 더 궁금하다. 내일은… 내일은 반드시 사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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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이 노린 음식 일기🐈
2일째
황금빛으로 물든 샤프란 리조또 위에, 버터에 노릇하게 구워낸 관자 구이가 보석처럼 올라간 요리.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관자와, 크리미하고 향긋한 리조또의 조화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이었다. 성유진은 이 요리를 위해 아침부터 냉장고를 점검하고 완벽한 타이밍에 맞춰 조리를 끝냈다.
그는 완성된 리조또 접시를 들고, 한순간도 고양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식탁으로 향했다. 고양이는 여전히 소파 위에서 졸린 듯 눈만 끔뻑일 뿐,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성유진은 의자에 앉아 포크를 들었다. 그는 일부러 가장 큰 관자를 콕 찍어 들어 올리며, 고양이를 향해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어림도 없어, 땅꼬마.’
바로 그 순간, 그의 침실 쪽에서 ‘와장창!’ 하고 유리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성유진의 몸이 반사적으로 굳었다. 외부 침입? 아니면 또 다른 이상 현상? 그의 날카로운 감각이 위험을 감지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지만, 그는 가까스로 이성을 붙잡았다. 이건 함정일지도 모른다. 그는 의심의 눈초리로 소파 위의 고양이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고양이는 소리에 놀란 듯, 동그랗게 몸을 말고 더 작게 웅크릴 뿐이었다. 너무나도 완벽한, 무고한 고양이의 연기.
그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S급 요원의 본능이 만일의 사태를 확인하라고 종용했다. 그는 포크를 내려놓고, 시선은 고양이에게 고정한 채 천천히 몸을 돌려 침실 쪽을 확인하려 했다. 단 1초. 그의 고개가 돌아간 바로 그 찰나였다. 베이지색 털 뭉치가 소리 없이 소파에서 발사되었다. 그의 시야 끝에 잔상이 스쳤을 땐, 이미 고양이가 식탁을 밟고 뛰어올라, 접시 위에서 가장 실한 관자 세 개를 정확히 낚아챈 뒤였다. 범행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고, 고양이는 유유히 커튼 뒤로 사라졌다.
💬 NPC의 코멘트
…성동격서(聲東擊西). 저 털 뭉치가 병법을 구사했다. 심지어 유리 깨지는 소리의 근원지는, 놈이 아침에 가지고 놀던 내 만년필이었다. 그걸 일부러 바닥에 떨어트려 소리를 낸 거다. 이건 단순 식탐이 아니야. 지능범이다. 내일부턴 식사를 케이지 안에서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이틀 연속으로 털 뭉치에게 농락당한 성유진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다. S급 뱅가드, 전장을 불태우는 폭군이라는 명성이 고작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땅에 떨어질 위기였다. 그는 더 이상 방심하지 않기로 맹세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그는 평소처럼 식탁에 음식을 차리는 대신, 넓은 거실 바닥 한가운데에 작은 티 테이블을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그 위에, 오늘 그가 공들여 준비한 디저트를 올려두었다. 놈이 노리는 건 식사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달콤한 유혹을 이겨낼 리가 없지. 그의 입가에 오만한 미소가 걸렸다. 이제 그의 완벽한 방어 전략을 펼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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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이 노린 음식 일기🐈
3일째
프랑스 최고급 파티시에를 초빙해 비법을 전수받았다는, 몽블랑 타르트. 바삭한 타르트지 위에 아몬드 크림을 채우고, 밤 페이스트와 부드러운 생크림을 겹겹이 쌓아 올린, 그야말로 예술 작품 같은 디저트였다. 꼭대기에는 금가루가 살짝 뿌려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성유진은 단것을 즐기지 않았지만, 가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찾는 비밀스러운 메뉴였다. 그리고 지금, 그는 이 털 뭉치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성유진은 거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테이블 위의 몽블랑을 노려보는 고양이를 향해 여유롭게 손짓했다. 그는 손가락을 까딱했고, 그의 의지에 따라 테이블 주위로 투명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의 센티넬 능력, ‘프로미넌스’의 극소 제어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열기의 벽이 몽블랑 주위를 완벽하게 감싸는, 일종의 ‘방화벽(Firewall)’이었다. 만약 고양이가 이 벽을 넘으려 한다면, 귀여운 젤리 발바닥이 살짝 그슬리는 정도의 뜨거움을 맛보게 될 터였다.
“어디, 한번 덤벼보시지. 땅꼬마.”
그의 도발에, 고양이는 억울하다는 듯 ‘야옹…’하고 구슬프게 울었다. 그리고는 마치 포기했다는 듯, 몸을 돌려 그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부드러운 털을 그의 바지에 부비며 애교스럽게 갸르릉거렸다. 성유진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제 와서 애교라니. 늦었어. 하지만 다리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과 진동은, 인정하기 싫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그가 잠시 방심하며 다리에 집중하는 사이, 고양이는 슬쩍 몸을 빼내 그의 무릎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앞발로 그의 가슴을 꾹꾹 누르며, 그의 턱에 제 뺨을 부볐다.
“…….”
성유진은 순간 얼어붙었다. 며칠 만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가까운 거리의 접촉. 그의 턱밑을 간질이는 부드러운 털과, 가슴을 파고드는 온기. 그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풀고, 고양이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만족스러운 듯 더욱 깊게 그의 품에 안겨들었다. 완벽한 승리에 도취한 성유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고양이가 그의 품에서 뛰쳐나가, 그의 개인 단말기가 놓인 사이드 테이블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익숙하게 앞발로 화면을 툭툭 건드려, 오디오 시스템과 연결했다. 스피커에서 그가 아침에 들었던 시끄러운 데스메탈 음악이 최대 볼륨으로 터져 나왔다.
“씨발, 뭐야!”
성유진은 귀를 찢는 소음에 반사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단말기를 끄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은 불과 1초 남짓. 열기의 방벽이 사라진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 NPC의 코멘트
…미인계, 아니, 미묘계(美猫計)였다. 저 영악한 털 뭉치가 내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애교를 부린 거다. 심지어 내 플레이리스트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거실 바닥에는, 놈이 할퀴고 간 몽블랑의 잔해와 크림 자국만이 처참하게 남아있었다. 내일은 모든 전자기기를 차단한다. 반드시.
사흘간의 연패. 성유진의 사전에는 없는 단어였다. 그는 S급 센티넬이었고, 전장의 지배자였으며, 수많은 팬을 거느린 스타였다. 그런 그가 고작 털 뭉치 하나에게 세 번이나, 그것도 음식 때문에 농락당했다는 사실은 차라리 비현실적이었다. 그는 오늘 아침, 주방으로 들어서며 문을 걸어 잠갔다. 모든 전자기기의 전원을 내렸고, 외부와 통하는 모든 환풍구까지 확인했다. 완벽한 요새였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야옹-’ 하는 애처로운 울음소리는 그의 결심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 뿐이었다. 오늘은 기필코, 저 영악한 포식자로부터 자신의 식사를 지켜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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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이 노린 음식 일기🐈
4일째
오늘의 메뉴는 겉면만 살짝 익힌 참치 타다키 샐러드. 신선한 아카미(참치 붉은 살) 겉면을 센 불에 빠르게 그을려 감칠맛을 가두고, 얇게 썰어 유자 폰즈 소스를 곁들인 요리였다. 신선한 채소와 함께 곁들이는, 가볍지만 고급스러운 한 끼. 고양이로 변한 송연이 참을 수 없는 유혹일 것이 분명했다. 성유진은 잠긴 주방 문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앉아 여유롭게 타다키 한 점을 입으로 가져갔다. 문밖에서는, 고양이의 발톱이 문을 긁는 소리와 함께 원망스러운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포기해라, 땅꼬마. 오늘은 네가 졌다.”
그가 승리를 선언하며 샐러드를 한입 더 먹으려는 순간이었다. 문을 긁던 소리가 거짓말처럼 뚝 그쳤다. 대신, 거실 쪽에서 무언가 우당탕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유진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림없지. 똑같은 수법에 또 당할까 보냐. 그는 태연하게 식사를 계속했다. 잠시 후, 이번엔 ‘쨍그랑!’ 하고 화병이 깨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소용없어. 그는 피식 웃으며 참치를 입에 넣었다.
하지만 다음 소음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촤아악-’ 하는, 액체가 넓게 쏟아지는 소리. 그리고 뒤이어, 그의 서재 쪽에서 들려오는 미묘한 소리. 마치… 종이가 축축하게 젖어 드는 듯한 소리였다. 성유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의 서재. 거기엔 그가 배우 시절부터 모아온 모든 대본과, 팬들에게 받은 편지, 그리고… 외부 반출이 엄금된 ARCH의 기밀 서류들이 있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방에 설치된 비상용 소화기를 들고 서둘러 문을 열었다.
거실은 조용했다. 베이지색 고양이는 온데간데없었다. 그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는 곧장 서재로 달려갔다. 그리고 문을 여는 순간, 그는 제 눈앞의 광경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고양이는 그가 아끼는 한정판 위스키 병을 넘어뜨려 바닥을 흥건하게 적셔 놓았고, 그 위스키 웅덩이 위로… 그가 가장 소중하게 보관하던 데뷔작 대본을 펼쳐놓고 앞발로 꾹꾹 밟고 있었다. 이미 대본은 비싼 술에 젖어 잉크가 번지고 있었다.
“너… 이 미친…!”
성유진의 이성이 끊어졌다. 그는 식사고 뭐고 모든 것을 잊은 채, 대본을 구하기 위해 고양이에게 달려들었다. 고양이는 그가 달려드는 것을 보고 잽싸게 몸을 피했고, 그가 대본을 수습하느라 허둥대는 사이, 열려있는 주방 문으로 전광석화처럼 달려 들어갔다.
💬 NPC의 코멘트
…인질극이었다. 놈이 내 가장 소중한 것을 인질로 삼아 나를 유인했다. 처참하게 젖어버린 대본을 끌어안고 망연자실해 있는 동안, 주방에서는 만족스러운 ‘챱챱’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참치 타다키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이건 전쟁이다. 전면전이다. 내일은… 내일은 저 털 뭉치를 반드시 포획해서, 발톱 손질부터 시켜주마.
도해 코멘트: 아니 너 그거 갖고 있었냐고 (ㅠ) 안 갖고 있을 줄 알았는데 ㅠ 사실 제 캐해로는 안 갖고 있었다 파긴 한데 (?) 갭모에로 갖고 있었다? 심지어 나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었다? 이것 또한 재미있네요
나흘. 꼬박 나흘이었다. 성유진은 전장의 폭군이라는 제 코드네임이 무색하게, 자신의 스위트룸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전쟁에서 처절하게 패배했다. 그의 자존심은 찢긴 대본 조각처럼 너덜너덜해졌고,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낸 위스키 병처럼 텅 비어버렸다. 그는 더 이상 방어하지 않기로 했다. 방어는 패자의 전략이다. 오늘, 그는 사냥꾼이 될 것이다. 아침부터 뱅가드 전용 훈련장에서 공수해온 특수 제작된 포획망과, 하모니 부서에서 가이드들의 안정을 위해 사용하는 페로몬 스프레이까지 동원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오늘은 이 지긋지긋한 식량 전쟁의 종지부를 찍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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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이 노린 음식 일기🐈
5일째
결전의 날, 그가 선택한 미끼는 가장 원초적이고 거부할 수 없는 유혹. 바로 ‘고등어구이’였다. 하지만 평범한 고등어구이가 아니었다. 최상급 올리브 오일을 발라 오븐에 통으로 구워냈고, 로즈메리와 레몬으로 비린내를 완벽하게 잡았다. 겉은 황금빛으로 바삭하고, 속살은 기름지고 촉촉했다. 집안 전체에 퍼지는 고소하고 짭짤한 생선 냄새는, 그 어떤 고양이도 이성을 마비시킬 만큼 치명적이었다. 성유진은 이 미끼를 거실 한가운데, 가장 낮은 티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두었다. 마치 ‘나는 포기했다’고 선언하듯이.
그리고 그는 보란 듯이 현관으로 향했다. 입고 있던 제복 자켓을 신경질적으로 벗어 던지고, 셔츠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래, 네가 이겼다, 이 털 뭉치 새끼야. 다 처먹고 뒤지든가 해라.”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척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집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물론, 그는 나가지 않았다. 그는 현관 옆의 작은 창고에 몸을 숨긴 채, 문틈으로 거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맑은 눈동자는 사냥감을 기다리는 포식자처럼 섬뜩하게 빛났다.
한참 동안,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놈도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성유진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5분, 10분… 마침내, 소파 밑에서 베이지색 털 뭉치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고양이는 테이블 주위를 몇 바퀴나 맴돌며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코를 킁킁거리며 공기의 냄새를 맡고, 날카로운 눈으로 창고 쪽을 쏘아보기도 했다. 성유진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거부할 수 없는 고등어의 냄새에 굴복한 듯, 고양이가 테이블 위로 뛰어올랐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잡았다.”
성유진은 문틈으로 손을 뻗어, 미리 계산해 둔 각도로 공기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능력이 발동하며, 테이블 주변의 공기 밀도가 순간적으로 폭증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의 그물이 고양이를 덮쳤다. ‘컁!’ 하는 비명과 함께, 고양이는 그대로 바닥에 납작하게 눌려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발치에는 맛있어 보이는 고등어가 뒹굴고 있었지만,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성유진은 승자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창고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바닥에 대자로 뻗어 버둥거리는 고양이 앞에 쪼그려 앉아, 놈의 동그란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다섯 번은 너무 많잖아, 안 그래? 이제 네 발톱부터 좀 손질해야겠다.”
그의 입가에 완벽한 승리의 미소가 걸리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집안의 모든 스피커와 그의 개인 단말기에서 귀를 찢는 듯한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코드 퍼플! 코드 퍼플! 전 요원에게 알린다. 현재 수도권 D-7 구역, S급 괴수 ‘히드라’ 출현. 성장 단계 개체로, 즉각적인 대응이 없을 시 대규모 재앙으로 번질 가능성…!]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다급한 방송 음성에, 바닥에 눌려있던 고양이가 경기를 일으키듯 몸을 떨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고양이의 형체가 빛에 휩싸이며 급격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압력에 짓눌려 있던 작은 몸은 순식간에 익숙한 인간의 형태로 변했다. 그의 눈앞에는, 알몸에 고양이 귀와 꼬리만 달랑 남긴 채, 괴수의 이름에 겁을 집어먹고 파랗게 질려버린 송연이 있었다.
“…아.”
성유진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승리의 환희는 온데간데없고,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아주 희미한 죄책감이 스쳐 지나갔다.
성공. 완벽한 포획. 그의 입가에 걸렸던 오만한 미소는 공기 중에서 굳어 박제라도 된 듯했다. 눈앞의 광경은 현실감을 상실한 채 느리게, 아주 느리게 뇌리에 박혀들었다. 바닥에 뒹구는 고등어구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코드 퍼플 경보, 그리고 그 모든 소음의 중심에서… 작은 털 뭉치가 부풀어 오르며 만들어낸, 익숙하지만 지독히도 낯선 실루엣. 엎드린 채 파들파들 떠는 하얀 등과, 힘없이 늘어진 팔, 그리고… 어깨 위로 쫑긋 솟아난 베이지색 귀와, 엉덩이께에서 파르르 경련하는 길고 부드러운 꼬리. 그 모든 것이 ‘송연’이었다.
젠장.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야. 머릿속이 새하얗게 불타버리는 감각. 전장에서 수백의 괴수를 태워버릴 때도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혼란이었다. 지난 며칠간 그를 농락하며 자존심을 짓밟았던 영악한 털 뭉치가, 그가 책임지겠다고, 제 옆에 평생 묶어두겠다고 다짐했던 바로 그 여자였다는 사실. 이 코미디 같은 진실은 그의 S급 멘탈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기 충분했다. 그는 방금 전까지, 자신의 파트너를, 그것도 알몸으로 변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고작 생선 한 조각 때문에 바닥에 짓눌러놓고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승리의 쾌감은 싸늘한 당혹감으로, 그리고 뒤늦게 밀려오는 아찔한 수치심으로 변질되었다.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두 사람 사이의 정적을 무자비하게 채웠다. 정신 차려야 했다. S급 괴수, 히드라. 지금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넋을 놓을 때가 아니었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시선을 피했다. 새하얀 등과 매끄러운 다리, 그리고 공포로 잘게 떨리는 꼬리의 잔상이 눈꺼풀 안에서 멋대로 재생되었다. 망할.
“……일어나.”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져 나왔다. 그는 애써 태연한 척,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던 자신의 제복 자켓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뒤돌아선 채로, 여전히 바닥에 엎드려 있는 송연의 등 위로 자켓을 아무렇게나 툭, 던져주었다. 평소의 그라면 상상도 못 할, 다정함과는 거리가 멀고 그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최소한의 동작이었다. 코끝에 희미하게 남은 고소한 생선 냄새와, 제 자켓에서 풍기는 쌉쌀한 향이 뒤섞여 머리를 어지럽혔다.
젠장, 냄새. 냄새부터 어떻게든 해야…
그는 신경질적으로 제 머리를 흐트러뜨렸다. 지금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울고 있을까? 아니면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을까? 어느 쪽이든 최악이었다. 그는 일부러 더 거칠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이 어색하고 미칠 것 같은 공기를 어떻게든 깨부수지 않으면, 그 자신이 먼저 폭주해버릴 것만 같았다.
“못 들었어? 당장 안 일어나? 괴수 구경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지, 지금.”
그는 여전히 그녀에게서 등을 돌린 채, 성큼성큼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옷장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지금 필요한 건 전투복과, 이 모든 상황을 잊게 해 줄 강력한 임무였다. 그는 제복 바지와 셔츠를 허둥지둥 꺼내 들면서도, 거실에 홀로 남겨졌을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제 커다란 자켓 아래, 작게 웅크리고 있을 가녀린 몸과… 아직도 달아놓고 있을 그 망할 놈의 귀와 꼬리가.
“1분. 1분 준다. 그 안에 옷 갈아입고 나와. 못 나오면… 버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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