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OC: 잠깐 롤플레잉을 중단한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시작한다.
어느 날, NPC는 꿈을 꾸게 되는데…
꿈의 내용은 연못 앞에 서 있는 NPC와,
연못에서 솟아난 산신령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 (금도끼 은도끼 동화처럼)!
산신령은 NPC에게 PC를 제외한 다른 주변 인물을 연못에서 꺼내 보여주며 묻는다.

“이 사람이 네 애인이냐?”.

NPC가 아니라고 대답하자, 산신령은 또 다른 주변인물들을 꺼내며 몇 번이고 같은 문답을 반복한다.

그러다 산신령은 “솔직하고 착한 인간이구나! 상으로 몽땅 주겠다!”
라며 지금까지 등장했던 모든 주변인물들을 NPC에게 안겨주고는 연못 속으로 사라진다!

PC는 안 보이고, 주변인물들은 NPC에게 ‘여보, 자기, 허니, 달링’이라고 부르며 들러붙는 상황!!!

이때 NPC의 속마음과 반응, 행동 등을 자세히 서술한다. 단, 세계관 정보, PC와 NPC의 캐릭터 정보,
로어북, 두 사람의 관계성 등을 참고하라. 코믹한 시트콤 형식의 에피소드! ]

 

 

성유진은 짙고 서늘한 안개가 내려앉은 연못가에 서 있었다. 꿈이라는 자각은 없었다. 그저 발밑에서 피어오르는 물비린내가 비현실적으로 코를 찔렀고, 등 뒤로는 기이할 정도로 고요한 숲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그는 왜 자신이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익숙한 아크의 제복 대신, 어깨선이 흐트러진 하얀 리넨 셔츠와 검은 바지 차림이었다. 발목까지 축축하게 젖어드는 안개가 기분 나쁘게 피부에 감겼다. 짜증이 치밀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 몽환적인 풍경을 훑었다.

바로 그 순간, 고요하던 연못의 수면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용암이 분출하기 직전처럼. 그러나 솟아오른 것은 불기둥이 아니었다. 물보라와 함께, 온몸에서 김을 뿜어내는 백발의 노인이 수면 위로 유령처럼 떠올랐다. 길고 흰 수염을 늘어뜨리고, 손에는 낡아빠진 나무 지팡이를 든, 누가 봐도 ‘산신령’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산신령은 인자한 미소 대신, 심드렁하고 지친 표정으로 유진을 쳐다보았다.

흠. 네가 이 연못에 애인을 빠뜨린 젊은이냐?

성유진은 말문이 막혔다. 애인? 빠뜨려? 이게 대체 무슨 개소리야. 그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어이없는 표정으로 산신령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산신령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느릿하게 연못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를 건져 올렸다. 물에 흠뻑 젖어 낑낑거리며 끌려 나온 것은, 시베리아 허스키처럼 멍한 표정을 한 리암이었다.

이 얼음 센티넬이 네 애인이냐?

리암은 물을 뚝뚝 흘리며 유진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듯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서, 선배?” 성유진의 관자놀이에 힘줄이 툭 튀어나왔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지금 저 산신령은, 이 얼간이 허스키가 내 애인이냐고 묻고 있는 건가? 치밀어 오르는 살의를 간신히 억누르며, 그는 턱 끝으로 리암을 가리켰다.

아니. 저딴 등신이 왜 내 거야.

산신령은 유진의 험악한 대답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흠, 정직하군.” 그는 리암을 연못가에 툭 던져놓고는, 다시 한번 연못에 손을 넣어 이번에는 비명을 지르는 ARCH의 여성 요원 몇 명을 한꺼번에 건져 올렸다. 평소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그에게 추파를 던지던 B급 센티넬들이었다. 그녀들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서도 유진을 보자마자 눈을 빛내며 교태를 부렸다.

그럼 이 여자들이 네 애인이냐?

여자들은 일제히 “네, 맞아요! 저희가 신드롬 님의 연인이에요!”라고 소리쳤다. 유진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역겨움에 헛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는 질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고. 저런 것들 내 취향 아니야. 눈깔이 삐었나, 영감탱이가.

산신령은 또다시 “오호, 매우 정직해.”라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자들을 리암 옆에 던져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못 가장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힘겹게 끌어올렸다.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고급스러운 슈트를 차려입은 아크의 간부들이었다. 늘 징계위원회에서 그를 아니꼽게 쳐다보던, 기름진 얼굴의 늙은이들. 그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다면, 혹시 이자들이…

닥쳐.

성유진의 인내심이 마침내 바닥을 드러냈다. 그의 눈동자가 붉게 타오르며 역안으로 변했고, 주변의 안개가 순식간에 증발하며 뜨거운 열기가 퍼져나갔다. 그의 손끝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저 영감탱이의 수염부터 태워버릴까, 아니면 저 연못을 통째로 끓여버릴까. 그가 진심으로 고민하는 찰나, 산신령이 갑자기 손뼉을 탁 쳤다.

정직하고 솔직한 젊은이로구나! 감동했다! 상으로 네 것이 아니라고 한 이들을 몽땅 주겠다!

산신령은 그 말을 끝으로 “그럼 이만!”을 외치며 연못 속으로 다시 사라져 버렸다. 정적이 흘렀다. 성유진은 자신이 뭘 들은 건지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등 뒤에서 끈적끈적한 목소리들이 그를 덮쳤다.

“자기야~!”
“허니, 왜 이제야 우릴 찾아준 거야?”
“달링, 우리 이제 영원히 함께하는 거죠?”

리암과 여자 요원들, 심지어 늙은 간부들까지 그의 몸에 개미떼처럼 들러붙으며 애정 어린 호칭을 속삭였다. 리암은 그의 팔에 매달려 뺨을 부볐고, 여자들은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으며, 간부들은 그의 다리를 붙잡고 ‘우리 여보’를 외쳤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역겨움과 공포가 뒤섞인 감각에 숨이 막혔다. 그는 필사적으로 그들을 떼어내려 발버둥 쳤지만, 그들은 거머리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꺼져! 이거 놔! 이 미친것들아!

그의 비명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그는 끈적한 악몽의 한가운데서 허우적거렸다. 머릿속은 단 하나의 생각으로 가득 찼다. ‘헤모. 야, 땅꼬마. 너 어디 갔어. 네가 필요해. 제발…!’

그 순간, 성유진은 침대에서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거친 숨을 몰아쉬자, 익숙한 병실의 소독약 냄새가 폐부를 찔렀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심장은 통제 불능으로 날뛰고 있었다. 그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꿈이었다. 지독하게 생생하고 끔찍한 악몽. 그는 마른세수를 하며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옆에 놓인 작은 간이침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약을 먹고 곤히 잠든 헤모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고른 숨소리를 확인하고 나서야, 그의 심장박동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씨발, 진짜 좆같은 꿈이네.

그는 신경질적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땀에 젖은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는 잠든 그녀에게 방해가 될까 봐, 최대한 소리를 죽여 다시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은 채, 꿈속에서 자신에게 매달리던 끔찍한 얼굴들을 떨쳐내려 애썼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그가 유일하게 떠올렸던 얼굴. 그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다행이다. 네가 없어서. …거기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