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C: 잠시 기존 롤플레잉 중단. 새로운 에피소드 시작. 며칠 뒤 어느 날. PC와 NPC의 체온, 손 크기, 눈매 등 신체적 차이 및 특징들 15가지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여(일부 항목의 경우 구체적 수치 포함) PC와 NPC의 설정과 관계성, 성격 및 성향, 말투와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RP 로그(대화 및 서사), 로어북, 페르소나 등을 참고하여 다채롭고 상세하게 서술한다. 이때, 캐릭터 특징 및 설정을 우선하며 무조건 두 사람이 차이 날 필요는 없다.]*

 

 

며칠이 흘렀다. 소란스러웠던 성별 전환 사건과, 그보다 더 소란스러웠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후, 두 사람의 관계에는 기묘한 안정감이 찾아왔다. S급 센티넬의 광활한 개인 숙소는 더 이상 성유진 혼자만의 성역이 아니었다. 이제 그곳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성유진은 거실의 넓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채, 제 팔을 베고 잠든 송연을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며칠 전, ‘리스크 분석 보고서’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그녀의 단점을 나열하며 혼자 열을 올렸던 것이 무색하게, 그는 또다시 그녀를 분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점’이 아니었다. 그저, 시선이 닿는 모든 것이 그의 사고를 채우고 있었다.

그는 아주 천천히, 잠든 그녀가 깨지 않도록 조심하며 자신의 빈손을 그녀의 손 위로 가져갔다.

1. 손 (Hands): 자신의 손은 길고, 뼈대가 도드라졌으며, 늘 서늘한 가죽장갑 속에 감춰져 있었다. 체온 조절 실패로 무언가를 태워버릴까 봐, 혹은 이 손으로 무언가를 파괴해버릴까 봐 생긴 오랜 버릇이었다. 반면, 제 손바닥의 절반을 겨우 채우는 송연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짧고 동그란 손톱 끝에 칠해진 연한 코랄색 매니큐어는 그녀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그의 손이 모든 것을 부수는 ‘파괴’의 도구라면, 그녀의 손은 망가진 것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증거였다.

2. 체온 (Body Temperature): 불속성 센티넬인 그의 평균 체온은 일반인보다 1~2도가량 높은 38°C에 육박했다. 감정이 격해지거나 능력을 사용하면 그 이상으로 치솟았다. 늘 미열에 시달리는 듯한 감각. 그래서 그는 항상 서늘한 것을 갈망했다. 그런 그에게, 36.5°C의 정상 체온을 가진 송연의 존재는 가장 완벽한 해열제였다. 그녀가 곁에 있으면, 제멋대로 들끓던 몸의 열기가 차분히 가라앉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3. 눈 (Eyes): 그의 눈은 날카롭고 가로로 길게 찢어진 형태였다. 무심하게 뜨고 있어도 어딘가 나른하고, 상대를 비웃는 듯한 오만한 인상을 주었다. 반면 송연의 눈은 동그랗고 부드러운 아몬드 형태였다. 코랄핑크색 눈동자는 감정에 따라 강아지처럼 순하게 휘어지기도, 혹은 놀란 고양이처럼 커지기도 했다. 그가 세상을 꿰뚫어 보고 판단하는 ‘관찰자의 눈’을 가졌다면, 그녀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이해자의 눈’을 가졌다.

4. 시선 (Gaze): 그는 늘 상대를 위에서 아래로 훑어 내리며 평가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187cm의 신장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시선이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는 상대를 통제하고 우위에 서려는 지배욕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송연은 언제나 그를 올려다보았다. 158cm. 거의 30cm에 달하는 신장 차이. 그 올려다보는 시선에는 동경과 신뢰, 그리고 두려움 없는 애정이 담겨있어, 그의 오만한 시선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5. 흉터 (Scars): 그의 몸에는 전장에서 생긴 수많은 흉터가 있었다. 대부분은 제 폭주하는 불길에 데이거나, 괴수의 공격을 막아내다 생긴 흔적들이었다. 영광의 상처라고들 했지만, 그에게는 통제 불능의 밤을 떠올리게 하는 족쇄일 뿐이었다. 하지만 송연의 몸에는 흉터가 거의 없었다. 오직, 카리브리스 사건 때 그가 구하지 못해 생긴 이마의 작은 흉터만이 선명했다. 그 흉터는 그의 죄책감이자, 그녀를 영원히 지켜야 한다는 낙인이었다.

6. 목소리 (Voice): 그의 목소리는 낮고, 나른하며, 긁는 듯한 허스키함이 섞여있었다. 의도적으로 힘을 빼고 말하는 탓에 종종 비꼬는 것처럼 들렸다. 반면 송연의 목소리는 맑고 부드러운 미성이었다. 과거 밴드 보컬이었다는 사실이 납득될 만큼, 그녀의 목소리에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가 ‘명령’하고 ‘선언’하는 목소리를 가졌다면, 그녀는 ‘속삭’이고 ‘노래’하는 목소리를 가졌다.

7. 입술 (Lips): 그의 입술은 얇고,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가 있어 언제나 냉소적인 표정을 만들었다. 그 입술로 수많은 독설과 조롱을 쏟아냈다. 송연의 입술은 그보다 도톰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웃을 때마다 호선을 그리는 입꼬리는 보는 사람마저 미소 짓게 했다. 그 입술은 늘 따뜻한 위로와 서툰 고백을 건넸다.

8. 체향 (Scent): 그에게서는 최고급 샌달우드 향수와, 그 뒤에 숨겨진 쌉쌀한 재의 냄새, 그리고 서늘한 금속 향이 뒤섞여 났다. 인공적인 완벽함과 본능적인 파괴의 향. 송연에게서는 갓 세탁한 셔츠에서 날 법한 깨끗한 비누 향과, 그녀가 좋아하는 복숭아의 달콤한 향이 났다. 그의 향이 ‘위험’을 경고한다면, 그녀의 향은 ‘안식’을 약속했다.

9. 어깨 (Shoulders): S급 센티넬로서 끊임없이 단련한 그의 어깨는 넓고 단단했다. 그 어깨는 수많은 책임을 짊어지고 있었고, 동시에 그의 오만함과 권위를 상징했다. 반면 송연의 어깨는 가늘고 둥글었다. 그 작은 어깨가 때로는 세상의 모든 무게를 짊어진 것처럼 무거워 보일 때도 있었지만, 그가 무너졌을 때, 기꺼이 기댈 곳을 내어준 것은 바로 그 어깨였다.

10. 식성 (Appetite): 그는 식욕이 거의 없었다. 배우 시절부터 이어진 극단적인 자기 관리의 결과물이자, 능력을 사용하며 얻은 부작용이었다. 음식은 생존을 위한 연료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송연은 뭐든 맛있게 먹었다. 특히 단것을 좋아했다. 그녀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잊고 있던 ‘맛’이라는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11. 잠버릇 (Sleeping Habits): 그는 늘 악몽에 시달렸다. 폭주하는 불길, 무너지는 건물, 비명. 그래서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송연은 한번 잠들면 세상모르고 깊이 잠들었다. 가끔 잠꼬대를 하거나, 곁에 있는 것을 끌어안는 버릇이 있었다. 그의 인형들이 찌부러진 이유였다. 이제는 그가 그 인형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12. 걸음걸이 (Gait): 그는 언제나 성큼성큼, 망설임 없이 걸었다. 모델처럼 보폭이 넓고, 자세가 곧았으며, 걸음걸이 자체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송연의 걸음은 그보다 보폭이 좁고, 종종걸음에 가까웠다. 그의 옆에 서려면 늘 반쯤은 뛰어야 했다. 하지만 그 작은 걸음은, 그가 어떤 길로 향하든 언제나 곁을 지키며 따라왔다.

13. 능력의 발현 (Manifestation): 그의 능력은 눈에 보이는 ‘파괴’였다. 모든 것을 불태우고, 녹이고, 무너뜨렸다. 반면 그녀의 능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정’이었다. 그녀의 피는 그의 폭주를 잠재우고, 이성을 되찾게 했다. 가장 양극단에 있는 힘이었지만, 그래서 서로에게 완벽하게 필요한 존재였다.

14. 웃음 (Laughter): 그는 비웃거나, 자조적으로 웃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진심으로 웃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하지만 송연은 자주 웃었다. 햇살처럼 밝게 웃었고, 그 웃음소리는 전염성이 강했다. 그의 얼어붙은 심장을 녹이는 것은, 그녀의 그 웃음이었다.

15. 존재의 방식 (Way of Being): 그는 세상의 중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타인의 경외와 두려움을 먹고 사는 존재였다. 모든 순간이 연기였고, 모든 시선이 그를 옭아맸다. 송연은 그저 ‘송연’으로서 존재했다. 누구의 기대에도 맞출 필요 없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법을 알았다.

하나하나의 차이점을 곱씹던 성유진은 제 팔을 벤 채 새근새근 잠든 송연의 뺨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렇게나 다른데, 이렇게나 정반대인데. 어째서 이토록 완벽하게 맞춰지는 걸까. 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남은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완전 다른데.

그가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건 불평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사실을 발견한 과학자의 독백에 가까웠다.

그래서 미치겠네.